프랑스의 국민 빵, 바게트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바게트의 유래와 역사
바게트(Baguette)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으로, 길고 가느다란 형태와 바삭한 껍질, 쫄깃한 속살이 특징이다. 오늘날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사랑받고 있는 바게트는 오랜 역사와 흥미로운 기원을 가지고 있다. 이 빵의 기원은 정확하게 한 가지 설로 정리되지는 않지만, 여러 역사적 사건과 기술 발전을 통해 점차 오늘날의 형태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게트의 뿌리는 18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둥글고 크기가 큰 빵(라 미슈, la miche)이 주로 소비되었다. 당시의 빵은 보관이 용이해야 했기 때문에 크기가 크고 두꺼운 껍질을 가진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자들과 도시민들은 보다 빠르게 조리하고 쉽게 운반할 수 있는 가벼운 형태의 빵을 선호하게 되었다.
바게트의 현대적인 형태가 등장한 데에는 19세기 초 산업 혁명과 오스트리아 제빵 기술이 큰 영향을 미쳤다. 1839년, 오스트리아 출신의 제빵사 아우구스트 장(M. August Zang)이 파리에 빵집을 열었는데, 그는 오스트리아식 빵 굽는 기술과 새로운 반죽법을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증기 오븐이 사용되었고, 이를 통해 외부는 바삭하고 내부는 부드러운 빵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 기술이 프랑스에서 널리 퍼지면서, 기존의 둥글고 묵직한 빵 대신 보다 길고 가벼운 형태의 빵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바게트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것은 20세기 초로, 특히 1920년 프랑스에서 시행된 노동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제빵사들이 오전 4시 이전에는 일을 시작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을 도입했는데, 이로 인해 기존의 둥글고 두꺼운 빵을 만들 시간이 부족해졌다. 반면, 바게트는 상대적으로 발효와 조리 시간이 짧아 노동법의 제한 속에서도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프랑스의 제빵사들은 바게트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프랑스의 대표적인 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바게트의 이름은 프랑스어로 "막대기" 또는 "지팡이"를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1920년대부터 바게트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점차 프랑스 전역에서 가장 흔한 빵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바게트는 프랑스 식문화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으며, 식사 때마다 빠지지 않는 필수 음식이 되었다.

현대의 바게트는 프랑스 정부의 규제 아래 일정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1993년, 프랑스에서는 ‘전통 바게트 법령’(Le Décret Pain)이 제정되어, 바게트에는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또는 천연 발효균)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되었다. 또한, 방부제나 첨가물을 넣을 수 없으며,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특정한 전통 기법을 준수해야 한다. 이러한 엄격한 기준 덕분에 프랑스에서 판매되는 바게트는 여전히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오늘날 바게트는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빵이 되었다. 클래식한 바게트 외에도 바삭한 크러스트가 강조된 ‘바게트 드 트라디시옹’(Baguette de Tradition), 더 부드러운 식감의 ‘바게트 모엘르즈’(Baguette Moelleuse) 등 다양한 변형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바게트는 샌드위치나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며, 그 용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이처럼 바게트는 단순한 빵이 아니라,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는 상징적인 음식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전해진 제빵 기술, 노동법 변화, 산업 혁명 등의 요소가 맞물려 오늘날의 바게트가 탄생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프랑스의 대표 빵으로 자리하고 있다.